사랑,그 불안함에 대해서/러브앤드럭스(2010) #영화비평


이야기는 노골적으로 섹스에서 시작된다. 여주인공 매기(앤 헤더웨이분)는 바람둥이 냄새를 풀풀 풍기며 접근해오는 제이미에게 ‘원하는게 섹스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둘은 만나면 옷을 벗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서로를 탐닉하다 섹스만 끝나면 헤어진다. 파킨슨병으로 몸이 매일 굳어가는 메기에게는 실제로 내일이란 없었으니, 섹스가 끝날 때마다 아쉬운 것은 남자 주인공 제이미와 극장에서 침 흘리며 앤 헤더웨이의 살결을 바라보던 남자 관객들이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제이미가 매기에게 다가서면서 빠른 속도로 진전이 되지만, 매기의 병은 둘이 알콩달콩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이미의 사업 성공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 때, 매기가 점점 더 몸을 못가누게 되면서 둘은 위기에 처한다. 메기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제이미, 그런 제이미를 자꾸만 밀어내는 메기. 갈등이 깊어질수록 이야기는 호흡을 고르며 느려진다.


이 영화가 던지는 문제는 “당신이 아끼는 사람이 변하더라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가?” 이다. 거대한 변화 앞에서 당신의 관계가 위기에 놓인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당신의 남자친구가 군대를 간다면? 당신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다면? 영화는 ‘현재에 충실하라, 미래는 뭐... 잘되겠지?’ 라는 낭만적인 답을 내놓지만, 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은 더 후의 모습- 여자 주인공이 똥오줌을 못 가리게 되고, 침을 줄줄 흘리고-을 상상해본다면 마냥 낭만만 찾고 있을 수는 없다.


“내 아내의 미소, 상냥한 표정, 아름다운 눈동자, 내가 사랑하던 아내의 모든 것이 병으로 인해 사라졌어요. 당장 헤어지세요. 나는 내 아내를 정말 사랑하지만, 이걸 다시 반복하라고 한다면 절대 못합니다.” 메기와 같은 병을 앓는 아내를 보살피는 한 남자가, 제이미에게 한 말이다. 너무나 솔직한 말이라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면, 나는 그 사람을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먼저 사랑이 그 사람에게 속한 좋은 것들을 향하는 것일 때를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너의 미소를 사랑하고, 너의 눈을 사랑하고, 너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달라지면서 변하기 마련이므로, 그 좋은 것들 또한 풍화되어 사라지기 쉽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것은 특별히 신비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불면 사라질 신기루 같은 것이리라. 군대 가면 다 헤어지고, 긴 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은 쓰디 쓰지만 현실이다.


한편 한 사람에게는 절대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내재해 있고, 사랑이라는 것은 그러한 본질에 관한 감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것이 존재한다면, 이는 참으로 위대한 사랑이다. 그것은 일종의 믿음이고, 그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재하게 하는 기반이다. 그러나 이것은 구하기에는 너무나 귀하고, 행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덧글

  • 잠본이 2013/08/04 16:39 # 답글

    그 이름없는 아저씨가 어찌보면 여기서 제일 중요한 대사를 한 셈이죠. 영화는 그냥 좋게좋게 끝났지만 과연 나중에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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