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세계관, 하지만 아쉬운 전달력/트레이스(네스티캣,다음) #그외


트레이스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 세계로 넘어온 괴물인 트러블그리고 그로 인해 초능력자 트레이스들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이다이 작품의 강점은초능력자가 등장하는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틀을 깼다는 것이다점프 사로 대표되는 일본 소년 만화의 경우초능력자인 주인공이 등장해서 점점 더 강한 상대와 붙어가면서 결국에는 끝판 대장을 쳐부순다는 인물 중심의 단선적인 권선징악적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결말이 뻔하고 유치하지만더 센 악당만 만들어 낸다면 끝없이 연재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인지 대부분의 능력자물은 이런 구조를 차용한다.(유유백서드래곤볼블리치 등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트러블트레이스그리고 보통 사람이라는 세 가지 축을 놓고다양한 갈등의 국면을 보여주면서 긴장감 있게 풀어가고 있다이유는 모르지만 사람들을 공격하는 트러블본능적으로 트러블을 대적하고자 하는 트레이스그리고 트레이스에게 보호받으면서도 그들을 두려워하거나 이용하고자 하는 보통 사람들. 명확히 적과 우리편이 갈리지 않기에 현실적이다.

이는 인물보다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이 우선인 미국만화식의 접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엑스맨이라는 작품을 생각해보면 이 말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배척되지 않기 위해서 보통 사람들 틈에 섞여들어가려 했던 트레이스 고등학생 사강권, 보통사람이었다가 후천적으로 트레이스가 되면서 모든 것을 잃은 김윤성 등. 갈등의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때로는 조연이었다가 주연이었다가 하는 것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다소 산만해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작가가 오랜기간 준비해온 작품이어서 그런지 큰 틀 안에서 잘 조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배경이 되는 탄탄한 세계관을 전달하는 방식이 미숙하다는 것이다. 작품 전개에 중요한 문제 중에 이런 것들이 있다.

1. "트러블과 트레이스의 정체는 무엇인가?" 

2. "얘네는 왜 자꾸 우리 세계로 넘어오는가?"

그런데 트러블과 트레이스의 정체는 지금까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천천히 밝혀졌다기 보다는, "마지막날"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봇물쏟아지는 듯한 나레이션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한명의 등장인물이 이 모든 것을 대사로 알려준다. 작품의 수수께끼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하나씩 밝혀질거라고 생각했던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작품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작가는 이번에 연재하고 있는 에피소드에서 이 문제를 좀 더 풀어나가려는 것 같은데, 애초에 그럴 의도였으면 좀 덜 설명해주는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지적하자면, 종종 너무 유치해서 웃어주기가 힘든 유머 코드가 등장하거나, 중2병 스러운 억지 감동 씬이 등장해서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다. 유머 코드야 뭐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사는 좀 과할 때가 많다. 일단은 전반적으로 대사 자체들이 너무 다 길고 상투적이다.(웹툰계의 김수현?) 게다가 진지한 장면에만 들어가면 말이 더 많아진다. 때로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쓸쓸한 구도로 대사를 대신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진데, 트레이스는 모든 컷이 말풍선으로 채워져 있다.

이 외에도 평면적인 작화 등 아마추어리즘이 많이 묻어나는 작품이지만, 만화팬으로서 이 정도의 작품이라면 충분히 응원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일본 만화 풍토에 익숙해진 국내 팬들에게는 신선하고, 딱히 이렇다할 작화의 붕괴나 연재 지연 사태도 없이 묵묵히 작품에 임하는 작가의 성실함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개성있는 내용에 세련된 표현만 더 보충한다면,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간판에 충분히 걸맞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글루스 가든 - 리뷰를 씁시다.(애니&만화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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