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로 캐릭터를 표현하면, 개성이 더 확실해지고 인물을 이해하기가 쉽다. 그래서 만화에서는 우화적인 표현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치 치하의 독일 현실을 잘 그려낸 "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국내 웹툰 중에서도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가 더러 있는데, 그 중 네이버 웹툰인 개판, 진진돌이 에볼루션, TLT(Tiger the long tail)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글루스 가든 - 리뷰를 씁시다.(애니&만화책&소설)
1. 개판
개판은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히어로물이다. 범죄가 일상이 되고 공권력이 마비가 되었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개판의 세계에는 주먹들이 정의를 지키고 또 정의를 파괴한다. 그런 세상에서 힘으로 정의를 옹립하고자 하는 자경단체가 "아마란스"이다. 주인공 바울은 사냥개인 어머니와 투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불완전한 혈통으로 인해 개들의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자신이 존재하는 가치를 알기 위해 아마란스로 들어간다. 그 이후 그는암살자인 검은 개 "바스커빌"이 일으키는 소동에 휩쓸리고, 고양이과 맹수 집단인 "제국"과 아마란스의 갈등에 휩쓸린다. 이야기의 절반 이상은 주먹과 칼, 날카로운 발톱이 오가는 난투극이다. 어두운 색감과 역동적인 작화가 둔탁한 타격감을 잘 살려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다른 재미있는 점은 이 만화가 동물의 "혈통"을 주제의식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바울은 혼혈로 태어나 투견으로서 자기의 존재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있으며, 죽음의 개 바스커빌은 암살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모든 감정을 차단당하고 오로지 생명을 죽이는 무기로만 길러졌다. 한편 표범 크롬은 고양이과 맹수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친구를 잃고, 아마란스와 제국 사이에서 방황하며 괴로워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갈등이 사뭇 진지하고 암울해서 디씨 코믹스의 다크히어로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2. 진진돌이 에볼루션
개판과는 달리, 만화 본연의 코믹함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60년대 연재되었던 "진진돌이"라는 작품에 바탕을 두고 리메이크된 작품인데, 구글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인물들을 차용했다는 것 말고는 별로 비슷한 점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것 같다. 내용은 다소 유치하다. 한국에서 과거에 동물들의 유전자를 개조하고 훈련시켜 사람처럼 말하고 걷는 짐승 소대를 편성했다가 해체한다. 그런데 적국에서 날짐승을 훈련시켜 한국을 침공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래서 짐승 소대를 부활시켜 적국을 공격한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이다.
그런데 2부로 넘어가면 더욱 더 sf물에 가까운 이야기가 된다. 적국 비밀 기지에 파괴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던 실험체가 있었다. 그것은 짐승 소대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물고기들. 그 물고기들이 세력이 커져서 인간을 지배하게 되고, 이에 대해 저항하는 인간 세력과 짐승소대의 대장인 진진이 힘을 합쳐 싸운다는 이야기. 그리고 3부부터는 본격적인 판타지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들짐승, 날짐승, 인간이 과거의 문명을 잊고 살아가는데, 그 세계에 갑자기 진진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3부부터는 마법도 등장한다.
하지만 설정이 허무맹랑하다고 해서 흥미 본위로 아무렇게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1부에서 인간의 필요에 의해 함부로 동물을 쓰고 버리는 것을 보여주고, 2,3부로 가면서 그 관계가 역전되어 인간이 동물보다 하부의 위치에 놓이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은 먹고 먹히는 종 간의 지배관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이 힘이 강하기에 동물들을 부리고 다루는 것이지, 태생적으로 당연히 그것들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오만하고 생명을 경시하는지 알 수 있다.
3. Tiger the long tail

이 작품은 만화로 보는 경영지침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강태호라는 호랑이가 아니만(ANIMAL+HUMAN, 동물인간)사회에서 대기업 특수 팀원으로 취직을 해서 회사를 인수하고 창업을 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이다. 이 작품에서 동물이라는 것은 단지 상징으로 차용되었을 뿐인데, 각 인물들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한 보조장치쯤으로 보면 되겠다. 만화의 재미를 위해서 너구리가 둔갑을 한다던지, 도마뱀이 보호색을 띤다던지 하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인물의 행동양식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고, 이야기 흐름에 큰 변수는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은 각종 경영지침서와 경제시사지의 내용이다. 1부에서는 전략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하라는 짐 콜린스 저서 <Good to Great>의 내용이 바탕이 되고, 2부에서는 스마트폰의 등장 배경과 2008년 세계를 덮쳤던 금융위기, 그리고 부동산과 주식 동향에 대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사실 이러한 내용을 깊게 이해하지 않아도 즐길 수는 있으나, 경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미 연재 종료가 된 작품이라서 최근까지 연재되었더라면 월가점령 시위(Occupy the wall street)는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을지 궁금하다.
이글루스 가든 - 리뷰를 씁시다.(애니&만화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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