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루키를 읽다가 #독후감

하루키는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그래서 서점에서 만나면 반가워 뽑아들어 본다.
(사실 좋아하는 작가들을 댈 수 있을 만큼 독서가 꾸준하거나 깊이 있지 않다.)

시험기간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을 찾다가 이 책을 골랐다. 에세이는 글자로 씹는 껌같이 가볍고 사소한 느낌이 싫어 잘 읽지 않는 편이고 읽어도 사실 크게 공감한 적은 없다. 페이스북만 들어가도 짧고 긴 무명작가들의 에세이가 떠다니는 시대다. 허나 하루키의 취향이나 글을 쓰는 방식이 편안하고, 또 그럴싸하다. 그럴싸하다보다 좋은 말을 떠올려보지만 지금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홀로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몹시 불안하고 또 허전한 일이다. 핵전쟁 끝에 홀로 살아남는다면 그 뒤로는 지금과 같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하는 턱없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 <'핵겨울'영화관>

"그는 하버드로 출발하기 이틀 전에 그녀의 처녀성을 빼앗았다. 그녀는 울었다. 그도 왠지 힘이 쭉 빠지고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도 동정을 잃었던 것이다. 오슨은 정신이 말짱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일정 한도 내에서는 기꺼이 배우겠다고 생각했다. 하버드 대학은 그 같은 청년을 몇천 명이나 가공처리하고, 눈에 보이는 흠집은 거의 내지 않은 채 세상으로 내보낸다." -<존업다이크를 읽기 가장 좋은 장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중에서

덧글

  • 세피아새벽 2013/10/21 10:18 # 답글

    저도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읽었는데 말이죠. 영화관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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